Store Story
가게 이야기
안녕하세요, 앨리스 청담입니다. 흰 토끼를 따라 꽃집 안쪽 문을 여시면 원더랜드예요.

앨리스 이야기는 다들 아시죠. 현실이 싫어 도망친 곳이 원더랜드잖아요. 저는 바가 그런 공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. 비즈니스 카드를 교환하는 장소가 아니라, 누구든 편하게 와서 나다워질 수 있는 곳이요. 그래서 조금 유치하게 들릴지도 모르는 "앨리스"라는 이름을 골랐습니다. 누구나 듣자마자 친근하고 쉬운 공간이라는 걸 아실 수 있게요. 호텔 바에서 오래 일했습니다. 정해진 규율 안에서는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맞춰 잔을 내기가 어려웠고, 하고 싶은 걸 하려면 결국 주인이 되는 수밖에 없겠더라고요. 그래서 2015년 4월, 청담동 뒷골목 지하에 앨리스를 열었습니다. "세상 어디에도 없는 유일무이한 공간"을 만들겠다는 마음이었어요. 오시는 길부터가 이야기입니다. 흰 토끼 표지를 따라 좁은 계단을 내려오면 꽃집이 나오고, 그 꽃집 안쪽의 작은 문을 열어야 바가 나타납니다. 안에는 토끼도 고양이도 카드 병정도 있는데 정작 앨리스는 없어요. 문을 열고 들어오신 손님이 앨리스니까요. 메뉴북은 한 권의 이야기책처럼 만들었습니다. 시그니처는 트럼프 카드 열두 장이고, 두 해마다 새 이야기로 바뀝니다. 지금은 열 돌을 맞아 만든 네 번째 이야기 "Be Wonder"예요. 새 메뉴를 짤 때면 바텐더들이 한 달 동안 아침까지 모여 떠들고 싸웁니다. 모두가 동의해야 메뉴에 오를 수 있거든요. 싸움의 목적은 하나, 맛있는 칵테일입니다. 다들 미니멀한 바로 갈 때도 저희는 저희 콘셉트를 고집스럽게 지켰습니다. 그 때문에 싫은 소리도 들었지만, 변하는 것은 또 변할 거라고 생각해요. 대신 변하지 않아야 할 것 — 누가 언제 오셔도 똑같이 편안한 서비스 — 은 매뉴얼로 만들어 두 해마다 고쳐 씁니다. 감사하게도 문을 연 이듬해, 아시아 베스트 바 리스트가 처음 생긴 해에 11위로 이름을 올렸고, 그 뒤로 열한 해 동안 한 해도 빠지지 않았습니다. 그래도 제 목표는 작은 숫자가 아니라 큰 숫자예요. 백 년, 이백 년 가는 바를 만들고 싶습니다.
앨리스 청담


